산 울음소리 들리는 산청에서 시 / 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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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울음소리 들리는 산청에서             시 / 이정자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느닷없이

날카로운 전기톱 내몸에 들이대고 불도저 사정없이 가슴 헤집더니

골짜기마다 흐르던 맑은 물 흙빛으로 물들고 산배암 쫓겨간

자국 구불 구불 맨살 드러났습니다

 

진주에서 오십리

은 피라미 떼 팔딱이는 강줄기 따라 오르면 산수 좋기로

소문난 여기는 산청

지금 이 곳에선

개발이란 이름으로

어느 돈 많은 여자사장이 서울서 내려와 깃대를 꽂고

주차장엔 얼룩 얼룩 문어발 가리개 달았습니다

'옥궁', 이름도 끈적한 러브호텔을.....

 

등성이 타고 가는 솔바람 휘어 잡으며

계곡 물 소리 들으며

그리 살면 되는 것을

 

보십시오

얼굴에는 화사한 분칠을 하고

내 깊은 처녀림엔

드디어 홍등이 걸렸습니다

 

점 점 문명의 늪으로 침잠하며 슬픈 짐승처럼

흐느끼고 있을

그 산처녀의 울음

소리 없이 내 여윈 어깨 위에 내립니다  

 

 

 

 


 

 

이정자 시인
경남 합천 출생 숙명여대 상학과 졸업 1984년 미국 이주
1998년 "워싱턴문학" 신인상 수상 2002년 "문학시대" 등단
2010년 시집 - 사막에 핀 풀잎의 노래 -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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