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반면교사(反面敎師) ...② 글쓴이 상청마당
무심이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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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1 00:45
가난의 반면교사
◀ 제 2 편 ▶
설움, 설움하지만 배 고픈 것보다 더한 설움은 없다던가...
그의 체구는 지금도 야윈편이다.
동이 트는 것을 기다려,별이 아직 남아있는 시간에
엄마는 자식이라할망정
차려내기 미안한 마음으로 아들이 먹을 아침상을 내신다.
고개넘고 들을지나, 읍내질러 이십릿 길.
두어 시간전에 먹은 아침은 학교 교문을 들어설 시간에는
이미 적당한 허기로 바뀌고...
고역중에 고역이 점심시간을 피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의아하게 여겼지만,
점심자리를 비우는 것 ㅡ 그것은 곧 다반사(茶飯事)로 변해 있었다.
당시 그는 열아홉. 먹는족족 삭여낼 그럴 즈음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그의 체구는 야윈 편이다.
"물로서 깔딱요기를 채우는건 그나마 쉬웠지..
다른 친구들은 어느 대학으로 진학할 것인가를 궁리할때
나는 대학을 가느냐, 포기하느냐..그것이 더 힘들었어"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떤 것도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기가막힌 것이었다.
"무조건 대학을 가기로 했지.. 그런데 고등학교와 대학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한 것이라서 좌절하기 십상이더라고..."
고등학교 입학할때 도움을 주셨던 선생님을 찾아가 다시 의논을 드리니
돈 들이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을 찾아보라더란다.
곡절끝에 얻은 결론은 어떤 국책대학(國策大學)이었다.
적성에 따른 전공선택이나 장래의 희망은 욕심일 뿐
차선책일망정 노력하여,
《살 길》을 마련하는 것이 당면한 최대의 숙제였다 한다.
아무리 비켜가려해도
진학한 새학기를 마련하려 하니 돈이 필요했다.
더는 신세를 질 데도 없고
"구걸공부"를 한다는 것이 죽는것보다 더 싫어
한숨으로 땅을 파 보다가 할 수 없이 집으로 갔다.
...........
많은 형제에, 어려운 형편에 -
소작농의 아버지는 天性的으로 여리신 어른.
태어나 지금껏 큰소리 내며 말씀하시는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어른이 빚에 쪼들리다 못해, 부데끼다 못해
재산목록 1호이자 집안의 모든 것일 수 밖에 없는 소를 팔기로 했다.
얼마나 고리채업자가 들볶았으면....
집안 모든 것의 희망이던 것을 송두리째....
소를 팔아야 할 경우가 생긴 것이
마침이면 그가 집에 갔을때 일이었다.
안채의 오른편 뒤란으로가는 쪽에 소 마구간이 있었기에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면 언제나 보이던
꼴 뜯어 먹이느라 데리고 다녀 정이 들었던
.....소가 보이지 않았다.
웬지 텅 빈 소 마구간 안으로부터 썰렁한 기운이 돌았다.
어머니의 눈빛에 맥이 없었다.
"....팔았다..! 너거 아부지는 저녁땁에 오실끼다.."
부엌으로 내딛는 어머니의 발걸음이 어느때보다 무거웠다.
온 마당에 정적(靜寂)이 깔려있었다.
늦으막에 돌아오신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방을 건너와
두 팔을 꼬아 베게삼고 누워 생각하니 실로 기가 찬다.
그럴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집안 형편을 보고 돈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천하에 몹쓸놈일 수 밖에 없겠더란다.
적어도 양심을 가진 자식이라면....
밤은 깊어가는데도 잠은 오지않고 눈길만 천장에 말갛게 박혔다.
퍼뜩...! 생각이 떠 올랐다.
"미쳐버리자...! 훗날 아버지께 죽을만큼 맞더라도....!"
애초에 허락을 받거나 의논드릴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는 소 판 돈을 빌리기로 했다.
죄 받을 짓으로 훔친 이 돈으로 공부해서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그는 천지신명께 부르르 치를 떨며 약속으로 다짐한다.
얼마나 팔기싫은 소를 팔으셨기에, 힘에 부칠만큼 약주를 드셨을까...
차라리 곤하게 주무시는 아버지가 고마웠다.
어렵지않게 돈을 찾아서는 그는 새벽길을 달렸다.
달리며 연신
멀어지는 집을 되돌아보며 절하며 절규한다.
눈물범벅으로 통곡한다.
"아부지...! 한 번 만 용서해주이소..! 용서해주이소...!"
엎어지며 가슴치며.... 울며 이를 문다.
절대로 이 날을 잊지 않을거라고.
마구간이 눈에 보인다.
낙심하신 아버지가 눈에 보인다.
탈기(脫氣)를 한 엄마가 눈에 어른거린다.
빚쟁이 박서방 아저씨의 성 난 얼굴이 눈에 보인다.
되돌아갈까...
공부....! 이기~ 뭣이라꼬...!
당산나무가 있는 동네어귀에 이르러서 그는 또 집을 바라본다.
"아부지...! 불효막심한 이놈을 용서해주이소....! 아부지.....! "
계속
공감하는 "한분의" 독자가 중요하다는 무심이 생각입니다.^-^